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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게 내버려둔 약혼자

죽게 내버려둔 약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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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곧 죽게 될 거라는 첫 번째 신호는 눈보라가 아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도 아니었다. 내 약혼자가 내 인생의 역작이자, 우리의 유일한 생존 보증 수단을 다른 여자에게 줘버렸다고 말할 때, 그의 눈빛이 바로 그 신호였다. "유라 씨는 추위에 떨고 있었어." 그는 마치 내가 비정상이라는 듯 말했다. "당신은 전문가잖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잖아." 그는 내 위성 전화기를 빼앗아 들고, 나를 급하게 파낸 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그의 새 여자친구, 한유라가 나타났다. 내 스마트 담요를 몸에 두른 채였다. 그녀는 내 손도끼를 이용해 내 마지막 방어막인 등산복을 찢어버리며 미소 지었다. "유난 떨지 마." 그가 말했다. 내가 추위에 얼어 죽어가는 동안,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내 소매 끝에 몰래 꿰매 놓은 비상용 비컨의 존재를.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비컨을 작동시켰다.

목차

제1화

내가 곧 죽게 될 거라는 첫 번째 신호는 눈보라가 아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도 아니었다.

내 약혼자가 내 인생의 역작이자, 우리의 유일한 생존 보증 수단을 다른 여자에게 줘버렸다고 말할 때, 그의 눈빛이 바로 그 신호였다.

"유라 씨는 추위에 떨고 있었어."

그는 마치 내가 비정상이라는 듯 말했다.

"당신은 전문가잖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잖아."

그는 내 위성 전화기를 빼앗아 들고, 나를 급하게 파낸 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그의 새 여자친구, 한유라가 나타났다.

내 스마트 담요를 몸에 두른 채였다.

그녀는 내 손도끼를 이용해 내 마지막 방어막인 등산복을 찢어버리며 미소 지었다.

"유난 떨지 마."

그가 말했다.

내가 추위에 얼어 죽어가는 동안,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내 소매 끝에 몰래 꿰매 놓은 비상용 비컨의 존재를.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비컨을 작동시켰다.

제1화

내가 곧 죽게 될 거라는 첫 번째 신호는 복수심에 불타는 신의 분노처럼 우리를 덮친 눈보라가 아니었다.

사지에서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아니었다.

내 약혼자가 내 독점 기술로 만든 시제품, 내 인생의 역작이자 우리의 유일한 생존 보증 수단을 다른 여자에게 줘버렸다고 말할 때, 그의 눈빛이 바로 그 신호였다.

지리산 고지대의 바람은 물리적인 실체였다.

얼음과 소음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벽이 되어 우리의 작은 원정 텐트를 강타했고, 앵커에서 뽑아버릴 듯 위협했다.

텐트 안 공기는 바깥의 영하 40도보다 아주 약간 나을 뿐이었다.

이가 너무 세게 부딪쳐서 깨질 것만 같았다.

"태준 씨."

폭풍의 포효 속에서 내 목소리는 가늘고 희미하게 울렸다.

"담요가 필요해요. 지금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

나는 '케이클라임'의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우리가 현장 테스트 중인 기술의 핵심 개발자였다.

나는 숫자를 알았다.

몸의 떨림이 멈추고 신체 기능이 정지하기 시작하는 정확한 지점을 알고 있었다.

나는 위험할 정도로 그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장비 가방의 지퍼를 더듬었다.

손가락은 얼어붙은 나뭇가지처럼 뻣뻣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내 시제품 '스마트 담요'가 있어야 할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저체온증의 안개를 뚫고 차갑고 날카로운 공포가 온몸을 꿰뚫었다.

그 담요는 내 걸작이었다.

생체 피드백을 기반으로 열을 생성하고 조절하는 마이크로 필라멘트로 짜여, 북극 같은 환경에서도 72시간 동안 인간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었다.

나의 안전망이었다.

그리고 그게 사라졌다.

"어디 있어요?"

나는 약혼자이자 이번 원정의 프로젝트 팀장인 강태준을 올려다보았다.

평소에는 솔직하고 읽기 쉬웠던 그의 잘생긴 얼굴이 굳게 닫힌 가면 같았다.

그는 내 눈을 피했다.

다른 배낭의 끈을 만지작거리는 그의 움직임이 불안정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담요요, 태준 씨. 시제품 말이에요. 내 가방에 없어요."

그의 얼굴에 죄책감인지 짜증인지 모를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아. 그거. 유라 씨 줬어."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외국어를 듣는 것 같았다.

"네? 뭐라고요?"

"유라 씨가 얼어 죽을 것 같다고 하잖아."

그는 마치 내가 비상식적인 사람인 양 방어적인 말투로 말했다.

"울고 있었단 말이야, 서진아. 정말 힘들어했어. 당신은 전문가잖아. 이 정도 추위는 감당할 수 있잖아."

한유라.

어떻게든 이 중요한 원정에 끼어든 마케팅 인턴.

원정 내내 내가 데이터와 임무에 집중하는 동안, 강태준에게 눈웃음을 치며 연약한 척 연기하던 바로 그 인턴.

"태준 씨."

나는 목소리를 차분하게 유지하며, 그에게 이 상황의 냉정한 현실을 이해시키려 애썼다.

"이건 '약간의 추위'가 아니에요. 해발 1,700미터에서 벌어지는 4등급 눈보라라고요. 내 장비는 스마트 담요의 발열 기능과 함께 사용해야 이 조건에서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그녀의 장비는 일반 보급품이고요. 애초에 그녀는 여기 올라오면 안 됐어요."

"유난 떨지 마."

그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너무나 익숙한 그 비난이 추위보다 더 아프게 와 닿았다.

그는 항상 자신이 듣기 싫은 사실을 내가 말할 때면 나를 유난 떤다고 몰아세웠다.

"당신은 항상 당신 기술에 대해 너무 오만해, 차서진. 자기가 산에서 천하무적인 줄 알지."

"이건 오만이 아니에요! 열역학의 문제라고요! 그거 없으면 난 죽어요, 태준 씨. 이해가 안 돼요? 내 몸이 지금 기능을 멈추고 있단 말이에요."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현기증이 덮쳐 텐트의 나일론 벽으로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그녀에게 더 필요했어."

그는 완고하게 턱을 굳히며 주장했다.

"우리는 팀으로 움직여야 해. 당신은 항상 팀을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자기 자신과 자기 프로젝트밖에 생각 안 하잖아."

"이 프로젝트는 우리 목숨을 구하기 위한 거라고요!"

내 목소리는 증오스러운 절박함으로 갈라졌다.

"그게 이 프로젝트의 유일한 목적이에요!"

"누나가 당신에 대해 한 말이 맞았어."

그가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태희 누나는 항상 당신이 이기적이라고 했지. 나나 가족보다 자기 커리어를 항상 우선시할 거라고."

강태희.

'케이클라임'의 핵심 공급업체이자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물류 회사를 운영하는, 그의 속물적인 누나.

그녀는 나를 동생의 성공을 위한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로 여기며 항상 나를 싫어했다.

그녀의 이름이 언급되자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끔찍한 오해일 거라는 어리석은 희망, 내 안에 남아있던 마지막 온기가 사라졌다.

이건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들이 나에 대해 만들어온 이야기였고, 몇 달, 어쩌면 몇 년 동안 곪아온 원망이었다.

"이 약혼, 끝났어요."

나는 속삭였다.

그 말은 입안에서 재처럼 썼다.

내 죽음 앞에서 비참하고 연약한 선언이었지만, 그게 내가 가진 마지막 무기였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벨트에 채워진 작고 단단한 케이스의 위성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은 거의 쓸모가 없었지만, 간신히 덮개를 열었다.

엄지손가락이 비상 비컨 버튼 위를 맴돌았다.

내가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강태준의 손이 쇠사슬처럼 내 손목을 낚아챘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의 악력에 팔 전체로 고통이 퍼져나갔다.

그는 나보다 힘이 세고 덩치도 컸다.

이 좁은 공간에서 나는 완전히 불리했다.

"구조 요청하는 거예요, 태준 씨. 얼어 죽기 전에."

나는 그에게 저항하며 헐떡였다.

"그런 짓은 못 해!"

그가 내 얼굴 몇 인치 앞에서 쉭쉭거렸다.

그의 매력은 사라지고, 추하고 공황에 빠진 분노만이 남았다.

"비컨을 작동시키면 원정 전체가 중단돼! 이게 회사에 얼마나 큰 손실인지 알아? 내 입장이 어떻게 되겠어? 이 프로젝트를 띄우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는 내 손에서 전화기를 비틀어 빼앗았다.

"네가 모든 걸 망칠 거야!"

그가 기기를 무기처럼 들고 으르렁거렸다.

"부숴버릴 거야. 맹세코, 차서진, 네가 내 커리어를 망치게 두느니 이걸 산산조각 내고 말겠어."

내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싸움은 내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팔다리가 무겁고,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시야 가장자리부터 어둠이 스며들었다.

바로 그때, 텐트 입구가 열렸다.

한 줄기 바람과 눈이 안으로 몰아쳤고, 그와 함께 한유라가 들어왔다.

그녀는 반짝이는 은색 천의 내 스마트 담요에 싸여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달린 통합 제어판에서 부드러운 파란 불빛이 깜빡였다.

얼어붙은 황혼 속에서 따뜻한 등대처럼.

그녀는 편안해 보였고, 거의 아늑해 보이기까지 했다.

"태준 씨, 괜찮아요?"

그녀는 설탕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 너머로 엿보더니, 바닥에 쓰러져 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머, 서진 씨. 꼴이 말이 아니네요."

그녀는 일부러 팔을 들어 올렸다.

장갑 낀 손에 쥔 고급 화학 손난로, 내 고급 손난로를 과시했다.

그것은 또 다른 내 디자인인 독점적인 젤로, 12시간 동안 강렬한 열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그는 그것들도 그녀에게 주었다.

전부 다.

"태준 씨가 정말 다정했어요."

한유라가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은 폭풍보다 훨씬 더 오싹한 악의로 반짝였다.

"내 걱정을 엄청 하더라고요. 나는 당신은 괜찮을 거라고 말했어요. 워낙 강한 분이시잖아요."

그녀의 미소에 담긴 순수한 악의에, 나는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가오는 추위 앞에서 그것은 짧고 무력한 불꽃이었다.

내 마음은 혼란과 배신감으로 소용돌이쳤다.

"쉬게 둬, 유라야."

강태준이 그녀에게 돌아서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보호하듯 팔을 둘렀다.

"그냥 좀 유난 떠는 거야. 고작 담요 하나 가지고. 무슨 생사가 걸린 문제도 아니고."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차가운 무시 그 자체였다.

그는 내가 필사적으로 뒤졌던 내 낡은 장비 가방을 보았다.

내 일반 보급용 예비 손난로도 사라진 것을 보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는 것을.

"당신은 경험 많은 산악인이잖아, 차서진."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뚝뚝 묻어났다.

"조금 움직이면 괜찮아질 거야. 연약한 척 좀 그만해."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나를 여기에 죽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 깨달음은 생각이 아니었다.

얼어붙은 뼈 속 깊이 자리 잡은 확신이었다.

"나를... 버리고 가는 거예요?"

나는 간신히 말을 더듬었다.

"우리는 본부 텐트로 가서 나머지 팀원들과 상황을 조율할 거야."

그가 무시하듯 말했다.

"당신은 전문가잖아. 그렇게 추우면 눈 동굴이라도 파. 소란 피우지 말고."

한유라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거짓된 걱정이 배어 있었다.

"저희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 서진 씨? 얼굴이 너무... 창백해 보여요."

마지막 남은 힘을 필사적으로 끌어모아, 나는 담요를 향해, 내 생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 손가락이 천에 스쳤다.

"저리 가!"

강태준이 나를 세게 밀쳤다.

그냥 민 것이 아니라, 두 손으로 폭력적으로 밀어낸 것이었다.

내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얼어붙은 땅에 끔찍한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눈앞에서 별이 터져 나왔고, 다가오는 어둠과 뒤섞였다.

"태준 씨!"

한유라가 외쳤지만, 그것은 연기였다.

나는 그녀의 연극적인 숨소리, 거짓된 충격을 들을 수 있었다.

"저 여자가 날 공격하려고 했어요!"

"차서진, 너 대체 왜 이래?"

강태준이 내 위에서서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포효했다.

"저 사람은 인턴이야! 당신은 수석 연구원이고! 프로답게 굴란 말이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세상이 기울고, 나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분노, 배신감, 얼어붙은 추위, 모든 것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의 한 점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눈보라의 울부짖음 속에서, 긴 터널 끝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멀고 희미하게 강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끝이야. 이 질투와 드라마, 정말 지긋지긋해."

어둠이 나를 삼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유라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가짜 눈물이 내 담요의 파란 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나를 내려다보고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승리의 미소였다.

그때,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 귀 바로 옆에서 날카롭고 금속성의 찢어지는 소리.

그것은 손도끼가 고어텍스를 꿰뚫는 소리였다.

내 마지막 보호막이 파괴되는 소리였다.

"태준 씨, 저 여자 미쳤나 봐요!"

한유라가 비명을 질렀다.

"자기 옷을 스스로 찢고 있어요!"

그것이 세상이 까맣게 변하기 전 내가 들은 마지막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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